이기적 유전자를 다 읽었습니다. 책 한 권 치고는 꽤 오래 걸렸네요. 중간까지 읽다가 한창 바빠서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있다가, 요 며칠 동안 꽤 집중해서 읽었네요. 이 책을 세 번째 도전 끝에 읽게 되었습니다. 이전에 읽었을 때랑은 조금 느낌이 다르네요. 전에는 이 책이 다른 리처드 도킨스의 저서에 비해 어렵고 재미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만들어진 신'과 같은 책을 유독 재밌게 읽었는데 그 책과 비교하면 조금 더 과학 쪽에 치중되어 있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만들어진 신'은 프로파간다에 가깝다고 느껴지기도 했거든요. 그 부분이 더 흥미롭다면 흥미롭지만 말이죠. 여하간 이번에 읽고 나니 이기적 유전자는 제법 친절하고 재미있게 풀어진 과학 교양서였네요. 처음 접근하기가 조금 어려웠긴 했지만요.
워낙 유명한 책이라서 굳이 내용에 대해서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짧게 요약하면 '자기 복제자인 유전자가 진화의 주체'라는 것입니다. 생물의 신체 역시 유전자의 생존을 위한 기계이며, 유전자의 이로움을 위해 움직이게 설계되었다고 말합니다. 책의 뒷부분에 담긴 보주에서도 다루지만 이 '이기적'이라는 단어가 감정적으로 느껴지는 '비열하게 자기만을 생각하는 것'과는 제법 다릅니다. 아마 이 부분은 제 요약보다는 책을 직접 읽는 편이 낫겠습니다.
생물과 진화, 다윈주위가 너무 당연하게 느껴지는 현대 사회에서 살다 보니 이 40년이나 된 이 책에서 충격적인 진실을 깨닫게 되기는 어렵지만, 도킨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다양한 생물의 예시가 매우 재밌네요. 특히나 곤충을 다루는 부분은 100이면 100 재밌고 흥미로울 겁니다. 뒷부분 문화라는 복제자를 설명하는 도킨스의 인류애적인 관점. 확장된 표현형이라는 책을 홍보하기 위해서 설명하는 마지막 챕터의 특히나 흥미로운 예시들도 매우 재밌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이 책은 어려운 수식이나 공식, 전문 지식을 요하는 부분이 나오지 않습니다. 초반 챕터에서 확실하게 진화의 개론적인 설명을 해주므로 진화에 대한 가벼운 상식만 가지고 있으면 읽고 있습니다. 과학을 중심으로 둔 책이지만 문학적 수려함마저 느낄 수 있는 책이니 이만큼 인기가 있지 않았을까 싶네요.
개발 관련해서 컴퓨터 과학에 대한 책들을 읽을 게 너무 많고, 차후 대학원에 가게 되면 전공 공부에 집중해야 하니 이런 교양서는 한동안 또 읽지 못하겠네요. 순수과학 전공자들은 수많은 수학 공식과 화학식, 암기해야 할 다양한 이론 때문에 과학에 대한 애정이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저 같은 '과학 이야기가 그저 흥미로운 일반인'은 과학을 전공하고 연구원으로 꾸준하게 새로운 지식을 탐닉하는 사람들이 부럽게 느껴집니다. 그들에게 세상은 아직 밝혀내지 못한 지식들로 가득한 연구 대상일 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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