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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서울 재즈 페스티벌을 다녀와서

by 해달바코 2025. 6. 2.

이번에 서울재즈페스티벌을 다녀왔습니다. 고민 고민하다가 토요일에 예매하고 일요일에 다녀왔네요. 굳이 따지자면 금요일 라인업의 뮤지션들이 더 궁금하긴 했지만 부부가 동시에 연차를 쓰기도 힘들고, 그때까지만 해도 가지 않을 생각이었기 때문에 일요일에 즐기게 되었습니다. 다녀와서 한 생각이지만 일요일에 다녀온 게 전혀 아쉽거나 후회되지는 않았습니다. 금요일 어노잉 박스나 스나키 퍼피, 스텔라장을 보고 싶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따져봤을 때는 일요일 라인업이 더 제 취향에는 맞았지 않았나 싶네요.

11시 조금 넘어 도착했는데, 정말 어마무시한 줄을 기다렸다가 들어갔기 때문에 첫 공연인 권진아 씨 무대가 거의 끝나가고 있었습니다. 타임테이블 상에서 권진아 with jazz band였기 때문에 재즈 스타일 편곡이나 스탠더드 곡을 기대하기도 했습니다. 아니면 간단한 스캣 같은 거라두요. 물론 초반 공연을 놓쳤기 때문에 앞에서 했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재즈 느낌의 곡을 선보이기보다는 본인 본연의 무대를 멋있게 선보이셨습니다. 워낙 좋은 곡도 많고 목소리도 독보적이었어서 (입장 초반의 어수선함 때문에) 집중해서 듣지는 못했어도 매우 좋았습니다. 

이후 마이클 메이요의 무대로 넘어갔습니다. 재즈 보컬 차력쇼 느낌이었는데 루프 스테이션을 활용하거나, 혼자서 탑 노트를 두고 화음을 쌓는 등의 기교도 대단했습니다. 다만 아는 곡이 많지 않아서 대부분의 곡은 익숙지 않아 느껴지는 생소함이 아쉽긴 했습니다. 그래도 스탠더드 곡인 four는 매우 좋았고, 공연 당일이 생일이셨는데 충분히 즐기다가 가신 것 같아 기분이 좋은 무대였습니다. 세션들의 연주도 말할 것 없고 관객 반응도 매우 좋은 편이었어서 자주 한국에서 뵈었음 하네요. 

다시 잔디마당으로 넘어와서  벨라 플렉 + 에드마 카스타네다 + 안토니오 산체스 트리오의 공연을 감상했습니다. 줄여서 BEAT라고 하던데 재밌네요. 벤조, 하프, 드럼의 이전에는 전혀 볼 수 없었던 색다른 조합이라 신기했습니다. 에드마 카스타네다는 콜롬비아의 재즈 하프 연주자인데 하프 연주를 실제로 본 경험 자체도 처음인데, 클래식이 아닌 재즈여서 더 생소하고 재밌었네요. 거의 온몸을 쓰면서 연주하시는데 항상 웃으면서 연주를 하셔서 보는 내내 기분이 좋았습니다. 벨라 플렉의 벤조 연주도 마치 중세의 술집에 온 듯한 색다른 느낌을 주었습니다. 안토니오 산체스야 국내에서도 꽤 유명한 드러머기 때문인지 더운 날씨에도 스탠딩 무대도 사람들이 많이 차서 호응해 주었습니다. 

이후 같은 무대에서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의 연주를 들었습니다. 고등학교 때 자주 듣던 이인조 어쿠스틱 포크 그룹인데, 국내에서도 익숙한 곡을 많이 불렀습니다. 재즈 연주는 아니었지만 이번 페스티벌에서 가장 좋은 경험 중 하나였는데, 오후 4시 경이라 햇빛도 서서히 약해지고, 얼랜드 오여의 상당히 잔망스러운(?) 동작과 춤사위. 약간 너드스러우면서 애정 가득한 퍼포먼스도 좋았습니다. 음악은 어떤 추억을 전달하기 좋은 매개체죠. 제가 고등학교 때 학교 주도로 호주에 여행을 가 일주일 동안 있었던 홈스테이를 했었습니다. 성격은 소심해서 집주인 가족들과 어울리지도 못하고, 일과가 끝나면 익숙지 않은 곳에서 방 안에 누워 하루 종일 멍하니 음악만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는 스마트폰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외지에서 마땅히 할 것도 없었기 때문에 저처럼 내향적인 사람은 잠을 자거나 음악을 듣는 거 외에는 할 게 없더군요. 그냥 외롭게 침대 위에서 많이 들은 노래가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였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때의 외로움, 씁쓸함, 생소함, 그러면서도 한편에는 설렘 같은 복합적인 느낌을 같이 받았습니다. 딱 한 가지 제가 제일 좋아하고 많이 들은 I don't know what I can save you from은 연주해주지 않아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죠.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 무대가 끝나고 잠깐 도영의 무대에 다녀왔습니다. 실내라 시원하고 노래도 시원하게 잘하셨습니다. 아이돌이라 응원봉을 든 팬들이 많았고 무대 반응도 가장 재밌었습니다. 아내가 집에서 도영 노래를 자주 들어서 노래도 꽤 익숙해서 재밌었습니다. 

도영 무대가 끝나고 재즈 씬의 아이돌인 제이콥 콜리어의 무대를 즐겼습니다. 누구보다 스탠딩이 어울리는 제이콥의 무대. 피아노 쳤다 어쿠스틱 기타 쳤다 베이스 쳤다 드럼 쳤다 노래 부르다 하는 온갖 퍼포먼스에 홀리면서 즐겼습니다. 제이콥 콜리어 무대는 첨부터 끝까지 즐기고 싶었지만 펑크 밴드 그룹 타워 오브 파워랑 겹쳤기 때문에, 후반 즈음 타워 오브 파워 무대로 넘어갔습니다. 무대 들어갔을 때 마침 제가 제일 좋아하는 Soul With a Capital "S"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 엄청난 펑크 무대의 연속이었습니다. 스탠딩 허리 통증과 피로 이슈로 결국 좌석에 앉아 봤지만 그 열기는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보컬은 24년도부터 함께한 Jordan John이라고 합니다. 깨알 같은 기타 연주도 좋았는데 마치 68년도부터 함께한 원년 멤버인 것 같은 엄청난 에너지와 능숙한 무대 매너가 참 좋았습니다. 

체력과 돈 문제로 페스티벌을 자주 즐기진 않고, 특히 서울재즈페스티벌은 가격이 사악한 편이긴 하지만 초대되는 아티스트 면면을 살펴보면 또 터무니없는 가격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언제 또 제이콥 콜리어를 그리 가까운 스탠딩 무대로 보겠나요. 이렇게 생각하면 돈 값은 충분히 하지 않나 생각이 드네요. 앞으로 자주 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려면 체력 좀 키워야 할 거 같네요. 나이 드니까 허리가 아프고 너무 힘들어요 허허

 

이건 사족인데 저도 피아노를 배우고 있고 결국은 취미 수준이더라도 어떤 무대에서 공연을 선보이고 싶은 맘이 있습니다. 서울재즈페스티벌에 오는 분들은 세계적인 거장이기에 제가 평생을 연주한다고 해도 이 분들과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형편없는 연주를 하겠지만, 그래도 매주 연습을 하고 배우면 조금이나마 음악적으로 다가간다는 느낌을 받고 싶기는 합니다. 성장하는 보람 같은 느낌 말이죠. 그런데 뭐 나이 때문일 수도 있고, 재능 때문일 수도 있고 그냥 연습 시간의 총량이 터무니없이 낮아서일 수도 있지만 무언가 제 수준에서 언제쯤 남들 앞에서 선보일 수준의 연주가 될지는 의문이긴 하네요. 악기라는 게 계단식으로 성장한다고 말을 많이 해서, 언젠가는 확 와닿게 되는 날이 있을까도 싶지만 사실 지금 뚱땅거리는 수준에서, 잼 세션에 나가 어설프게나마 연주할 정도가 될 때까지 수년이 걸리지는 않을까 싶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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