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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14

좋아하는 피아니스트 한 때 가장 좋아하는 피아니스트가 누구냐는 질문에 몽크로 답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몽크를 좋아하고 자주 듣는 건 사실이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당시에도 가장 좋아하는 피아니스트는 아니었죠. 남들과는 조금 다르고픈 허세였을 겁니다. 사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피아니스트는 쇼팽과 빌 에반스입니다. 이 대답 조금 더 맘에서 우러나온 솔직한 답이겠네요. 일부러 진심과 다른 답을 말한 게 우습습니다. 쇼팽과 빌 에반스의 서정성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조금 진부한 생각이 들어서 그랬을 겁니다. 생각해 보면 대중의 사랑을 받는 두 대표적인 피아니스트를 사랑하는 게 딱히 흠도 아닌데 말이죠. 클래식과 재즈를 대표하는 두 피아니스트를 듣다 보면 한 가지 재미있는 현상이 있습니다. 바로 마음이 한없이 평온.. 2024. 2. 1.
물에 잉크가 번지듯이 (말러 - 교향곡 5번) 작년 이맘때쯤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을 봤습니다. 그때 당시 그냥저냥 재밌게 봤죠. 말이 참 우스운데 딱 그 정도 감상이었습니다. '그냥저냥' 그러다 며칠 지나고 영화 속의 장면과 대사가 계속 떠오르더군요. 지금까지도 오래 곱씹을 만큼 말입니다. '슬픔이 파도처럼 덮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물에 잉크가 퍼지듯이 서서히 물드는 사람도 있는 거야.' 영화 속 해준의 대사입니다. 이 대사 하나가 이유가 되어서 점점 영화가 좋아졌습니다. 많이 공감이 되는 대사였거든요. 당시 그냥저냥 봤던 영화는 내 기억 속에서 무르익어서 어느덧 작년에 본 가장 좋은 영화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다시 곱씹으니 박찬욱의 영화 중에 가장 좋은 영화가 되었고, 이내 제가 본 한국 영화 중 가장 좋은 영화가 되었습니다... 2024. 1.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