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의 연주를 터치 몇 번으로 쉽게 들을 수 있으니 세상이 참 좋아졌습니다. 예전부터 베토벤의 비창을 좋아해서 자주 듣곤 했는데, 깔끔하게 정리된 앨범보다 조금 생동감 있는 라이브 연주를 많이 찾아 듣습니다. 엄격한 연주자와 리스너에게는 거슬리는 부분이겠지만 저는 사람들의 움직임과 마른기침 소리, 작은 발소리가 작게 담겨있어 더 좋습니다. 이는 제가 클래식보다 재즈를 먼저 들어왔기에 얻은 기호일 수 있겠네요.
재즈 라이브 앨범을 들으면 환호와 박수갈채뿐 아니라 연주자의 허밍, 삐걱거리는 피아노 의자의 소리, 연주자의 신호 소리도 들을 수 있습니다. 작은 라이브 클럽에서 연주 중에 담긴 소리 하나하나가 모두 모여 재즈의 즉흥성에 기여합니다. 누군가에게는 불완전하다고 할 수 있는 이런 잡음이 오히려 재즈 라이브 앨범의 맛이라고도 생각합니다.
저 역시 바른 길에선 한참 벗어나 휘청거리면서 살고 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런 어수선한 사람 냄새가 좋습니다. 곧고 바르고 완벽하지 않더라도, 살다 보면 생기는 자연스러운 흠결. 아프고 무너진 경험 안에 핀 여유와 너그러움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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