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인해서 개발자를 포함해 많은 직장인들이 밥그릇을 걱정해야 할 때가 왔네요. 코로나 시기 전후로 개발자 붐이 일어 상당히 거품이 껴있기 때문에 이제 적당히 규모를 줄이는 게 맞지 않나 싶네요. 사실 제가 그 거품 중 하나입니다. 물론 개발자가 인기 있다고 해서 생각 없이 이직한 건 아니지만, 시기가 참 절묘하게 겹쳤죠. 지금도 신입 개발자를 뽑으면 200, 300명이 몰리고 있으니 아직 조금 더 거품이 빠져야 하지 않나 싶네요. 환상 속에 있는 고액 연봉을 받으면서 지적이고 생산적인 업무 대화가 오가는 일과를 마치고 운동과 취미 생활을 하며 하루를 마치는 개발자는 몇 퍼센트나 될까요.
많은 사람들이 서른 즈음이 되면 다 자기 살 방향은 잡는 거 같은데, 저는 여전히 우왕좌왕하고 있습니다. 물론 개발은 공부하는 재미가 있고 다른 일보다는 적성에도 맞다 싶습니다만, 이 길이 정말 맞는 일인가 하면 또 의문이 듭니다. 그렇게 좋았으면 진작부터 개발자로 나섰어야하지 않았냐면 할 말이 없습니다. 그래도 제가 좋아하는 구문을 인용하여서 자기 위로를 해보자면, 꼭 모두가 사과나무나 떡갈나무와 같은 속도로 성장하리란 법은 없으니 어쩔 수 없는 게 아닐까요. 제가 좀 느리고 여유롭다고 할 수밖에요.
올해는 그간 시작한 몇몇 일을 마무리 지으려 합니다. 학점은행으로 학사 학위 수료가 올해 8월입니다. 자퇴 이후 얼마만인가 싶네요. 스무 살 때로 돌아가 조용히 역사학과를 졸업했으면 삶이 꽤 바뀌었을까요. 고고학자가 되어서 발굴 현장에 있었을 수도 있겠네요. 이제 와서 생각하면 망상일 뿐입니다. 정보처리기사도 실기를 일회차에 바로 붙으면 6월에 취득할 수 있습니다. 그 이후는 어떤 길을 갈지 아직 고민 중입니다.
직장을 다니면서 특수 대학원을 다닐까 싶기도 합니다. 학벌 세탁이라면 할 말이 없지만, 그 때문만은 아닙니다. 인공지능 분야를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점점 들어서 그렇습니다. 그냥저냥 웹 개발자만 해서는 언제 밥줄이 끊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2년 내지 3년의 기간 동안, 게으름 피우지 않고 공부하면 얻어가는 게 많을 겁니다. 하지만 높은 학비도 걱정이고, 일을 마치고 지친 몸으로 다시 온전히 공부에 집중할 체력이 있을지도 의문이긴 합니다.
일에는 적당히 집중하고, 퇴근 후에는 가족과 보내고, 적당히 운동하고, 좋아하는 악기도 배우면서 적당히 취미생활도 하는 삶을 꿈꾸지만,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네요. 일에 치이다 퇴근하면 두 시간을 대중교통 속에서 치이고. 집에 가서 씻고 밥 먹으면 눕고 싶다는 생각뿐인데 말입니다. 음악은 사치여도 운동이라도 해야 하는데, 몸뚱이 움직이는 게 쉽지 않습니다. 차라리 관성적으로 하루 종일 개발일과 개발공부만 하는 단순한 삶이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단순하게 살고 싶은데 점점 삶이 단순함과 멀어지는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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