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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수영을 쉬며 느끼는 게으름

by 해달바코 2024. 2. 20.

고등학생 때 버트란트 러셀의 '게으름에 대한 찬양'을 읽고 퍽 공감했습니다. 저는 중학생 때까지 제 거의 모든 부지런한 에너지를 소진하고 고등학생 때부터 꾸준하게 게으른 사람이었거든요. 아마 그 짧은 철학서를 읽어본 사람들은 이해하겠지만 단순히 덮어놓고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러셀은 행복한 삶을 위해서 휴식과 여유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합니다.

 

서두부터 왜 게으름 예찬인가 하면, 사실 제가 요즘 수영을 쉬고 있습니다. 회사 파견으로 인해 강제로 중지했는데, 파견을 가지 않게 된 상황에서도 다시 시작을 못하고 있네요. 수영장 회원비로 매 달 14만 원가량을 아낄 수 있다는 달달함도 있지만 사실 게으름이 더 큽니다. 한 번 운동을 쉬니 다시 몸을 일으켜 나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나이가 서른을 넘어가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하는데 부끄럽네요.

 

물론 전에도 적었지만 사실 4개월가량 꾸준히 다닌 것도 만족스럽긴 합니다. 제게 큰 목표인 '물 공포증 극복'을 이뤘다는 것만 해도 상당한 성과거든요. 다만 중장기 목표인 수영 자격증 획득을 이루지 못해 못내 아쉽긴 합니다. 또 접영을 충분하게 배우지 못한 상태에서 나온 것도 아쉽습니다.

 

하지만 모처럼 수영을 다니지 않고 저녁을 온전히 집에서 보내니 이 또한 좋은 점이 많네요. 운동 강박이 사라지니 마음에 여유와 행복이 가득합니다. 퇴근 이후 아내와 온전히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습니다. 침대 안에서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시간도 늘고, 게임도 하니 스트레스도 쉽게 풀립니다. 제 천성은 역시 운동을 멀리하는 게 맞다 싶습니다.

 

운동을 안 하고 게으름을 피우니 이렇게도 좋은데, 아쉽게도 사람 역시 낡아가는 기계이기 때문에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겠죠. 수영을 다시 시작할 맘도 있지만, 아마 그보다 더 값지고 소중한 일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꽤 오랫동안 쉬고 있었던 악기 레슨을 받을 생각입니다.) 식사 후 많이 걷고, 가볍게 조깅하는 정도면 살아가는 데 충분한 운동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의식을 해서라도 많이 걷고 뛰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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