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가장 좋아하는 피아니스트가 누구냐는 질문에 몽크로 답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몽크를 좋아하고 자주 듣는 건 사실이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당시에도 가장 좋아하는 피아니스트는 아니었죠. 남들과는 조금 다르고픈 허세였을 겁니다. 사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피아니스트는 쇼팽과 빌 에반스입니다. 이 대답 조금 더 맘에서 우러나온 솔직한 답이겠네요.
일부러 진심과 다른 답을 말한 게 우습습니다. 쇼팽과 빌 에반스의 서정성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조금 진부한 생각이 들어서 그랬을 겁니다. 생각해 보면 대중의 사랑을 받는 두 대표적인 피아니스트를 사랑하는 게 딱히 흠도 아닌데 말이죠. 클래식과 재즈를 대표하는 두 피아니스트를 듣다 보면 한 가지 재미있는 현상이 있습니다. 바로 마음이 한없이 평온하게 한다는 것이죠.
저처럼 천성이 우울한 사람에게 마음을 가라앉히는 건 중요합니다. 우울은 마음을 한없이 곤두박질치게 합니다. 감정이 바닥 밑으로 뚫고 내려갈 때, 쇼팽이나 빌 에반스를 들으면서 시간을 보내면 이내 평온해집니다. 가장 쉬운 방식의 우울감 치료법이죠. 저는 우울한 생각이 들 때 애써 밝고 신나는 체하기 보다는, 실컷 자고 충분히 쉬면서 좋은 음악을 듣는 편이 낫더군요.
쇼팽과 빌 에반스를 자연 치료제로 쓰다보니 꽤나 친숙해졌습니다. 빌 에반스나 쇼팽을 주제로 한 좋은 공연은 참 많은데, 언젠가 한 번 찾아가 봐야겠습니다. 돈도 좀 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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